우리 목사님이 터키에 다녀 오시더니 바울을 '바울님'으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필자도 이스라엘보다 터키에서 오히려 바울을 제대로 만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그 멀고 험난한 길을 걷거나 나귀타고 오간 것을 생각하면 목이 메입니다.  렌트카로 10일을 다녔는데도 아직 갈 곳이 남게 되자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체구도 작으신 양반이 어지간히 뽈뽈거리고 돌아다녔네.'

바울은 터키에만 다닌 것이 아닙니다. 로마, 다메섹(시리아), 그리스, 이스라엘을 여러 차례씩이나 오갔습니다. 때로는 배로, 때로는 나귀로, 때로는 걸어서, 어떤 경우에는 죄수로서 ......
복음 전파를 향한 그의 열정을 보고 나도 '위대하신 바울님'이라는 호칭에 동감합니다.

KOTRA 해외 무역관장 회의때마다 같은 방을 사용하던 분은 천주교 신자였습니다. 그와 만나면 신앙적인 이야기가 길어지는데, 한번은 새벽 3시까지 바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는 바울을 학식 많고 부지런한 전도자로 귀하게 평가하였습니다. 그리고 베드로에 대해서도 '바울의 활동에 자극 받아 바울보다 나중에 로마로 갔지만, 로마에서 초대 교황까지 되신 위대한 제자'로 평가하였습니다.

이번주 구역공과 제목이 바로 '깨어진 베드로'인데, 바울과 베드로를 비교해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베드로는 무학이어서 바울같은 학식을 갖추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어찌 보면 그가 바울을 벤치마킹한 것만으로도 훌륭한 사람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은 베드로가 어부였다는 점을 보고 그를 무시하거나 동정까지 합니다. 그러나 사실 베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예수님 당시 갈릴리에서 자기 배를 가진 어부라면 적어도 중류층입니다. 돈은 삭개오보다 적었을 지 몰라도, 적어도 그는 남에게 손가락질 받는 직업을 가지지는 않았습니다. 그의 자원은 갈릴리 바다 속에 무궁하였고, 그의 가버나움 집도 현재 남아 있는 유적으로 보아 상당히 잘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베드로는 3년이나 예수님을 따라 다녔지만 어느날 예수를 부인했습니다. 그래서 부활하신 예수님은 "네가 이사람들 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라고 물었고, 그는 깨어진 상태에서 "내가 주를 사랑하는 줄 주께서 아시나이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의 혈기는 사라져 있었고, 그는 솔직하고 진실해져 있었습니다. 평화방송에서 성경을 가르치는 한 신부님은 "베드로는 예수를 부인한 회수만큼 예수님 앞에서 신앙고백을 해야만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로마에 가면 쿠어바디스 교회가 있습니다. 고등학교때 '쿠어바디스' 책을 읽고 엄청 감명을 받았기 때문에 나는 정말 그 시골 작은 교회에서 나오기가 싫었습니다.

그전에 "주여 어디로 가시든지 따라 가겠습니다"라고 말하던 베드로는 이제 쿠어바디스 교회에서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라고 말했습니다. 그러고는 로마로 들어가 순교하였습니다. 나는 그런 점에서 베드로를 '베드로님'으로 부르고 싶습니다.

나는 연로하신 우리 아버지 김태근 장로님을 존경합니다. 주말에 와서 면도를 해 드리면 지그시 눈을 감으시는데, 나는 그런 아버지를 와락 끌어 안고 펑펑 울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눈 어둡고 귀 어두워도, 내가 아버지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오른손을 머리위에 끌어다 올리면 아버지는 어김없이 왼손까지 올리신 후 마음껏 축복 기도를 해 주십니다. 자식을 위해 기도하시는 그 모습은 너무나 진솔하십니다. 단어가 잘 생각나지 않을 때에는 '그 일도 잘 되게 해 주시고'라고 기도하십니다.

이제는 나라와 사회라는 개념도 없으시기 때문에 그저 자식들 위해서만 기도하십니다. 기력이 약하시지만, 아들 머리에 손을 얻고 기도 하실 때는 어디서 그런 힘이 솟는지요?
우리 5남매가 서울에서 한달에 한번씩 모이면, 우리는 항상 아버지가 바로 "축복의 통로"라고 말하곤 합니다.

지금 우리 아버지는 마치 어린 아이 같습니다. 마음이 너무나 순수하십니다. 그래서 깨어진 이후의 베드로 모습을 보는 것 같고, 눈의 가시를 치료해 달라고 기도하던 바울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상대적으로 작아지고 아버지는 커 보입니다.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는 마음을 가지려 해도 늘 부족함을 느끼면서 몇자 적었습니다.

세상은 참 아름답군요.
< 출처 : 세계기독교박물관 www.segibak.or.kr 김종식 장로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