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박이야기

2-1. 준비된 길(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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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취업 시기가 다가왔고, 나는 여의도에 있는 한 방송국과 kotra 두 곳에 합격하였다. 문제는 어느 곳을 선택하느냐였다. 당시는 종합상사가 생긴 지 얼마 안 되었으므로 취업이 비교적 수월한 때이기는 했지만, 두 곳 모두 포기하기가 아까웠다. 그 때는 평생직장 개념이 강한 시기여서 첫 직장 선택은 인생사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순간이었다. 따라서 경험이 많은 주변 사람들에게 자문을 구해 보았으나 남의 인생사에 훈수를 잘못 둘까봐 누구도 시원한 답을 주지는 않았다.

마침내 방송국 입사일이 다가왔고, 이틀 동안 연수를 받았다. 그리고 내일은 kotra에도 가야 하는데 몸은 하나 뿐이니 어떻게 해야 하나? 답답한 마음을 안고 나는 방송국 본관 로비 안내데스크로 가서 여자 안내원에게 이렇게 묻고 있었다.

아가씨, 여기가 좋아요, kotra가 좋아요?”

그 안내원은 신입사원인 나를 빤히 쳐다 보더니,

아저씨, 그걸 말씀이라고 하세요? 여기는 공부 잘 하면 들어 와요. 그렇지만 kotra는 엘리트들이 가는 곳이잖아요.”

나는 그 여자 안내원에게서 명쾌한 답을 얻었다. 너무 기쁜 나머지 그 안내원에게 미처 고맙다는 인사도 못 하고 돌아 왔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kotra에 가 있었다.

kotra에서 32년을 근무하고 정년퇴직할 무렵,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게 2일짜리 첫 직장이 없었다면 마치 첫 선 보고 결혼한 사람처럼 좀 짠한 생각이 들 뻔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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