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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성경 물건 수집 에피소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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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는 옥합도 나온다. 특히 옥합을 깨뜨렸다는 구절은 설교에 자주 등장하므로 반드시 수집해야 하는 물건이다. 

나드 향유를 옥합에 담는 이유는 히말라야산맥 3천 미터 이상 고지대에서 채취한 비싼 향유를 먼 거리까지 옮기려면 튼튼한 그릇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뜨거운 햇볕아래 장거리 수송 과정에서 식물성 오일이 상하지 않으려면 찬 성질의 돌그릇이 안전하였다. 예수님 당시에 유리병이 보급되어 있었지만 비싸기도 하고, 옥합만은 못하였다.

옥합은 헬라어로 알라바스터인데, 그것은 부러진 팔을 고정시킬 때 사용하는 설화석고의 원석이다. 매우 단단한 이 돌은 이집트 시리아 튀르키예에서 생산되었고, 대리석과 비슷하지만 약간의 투명성이 있어서 불빛에 비춰보면 대리석과 확연히 구별된다.

예수님 당시 헤롯궁에는 많은 궁녀들이 있어서 전세계의 진귀한 향료들이 예루살렘에서 판매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덕분에 예루살렘에서는 지금도 옥합이 더러 발굴된다. 그러나 대부분은 작은 용기여서 세계기독교박물관에서도 아직 1(1리트라=327g)짜리 용량보다 작은 것만 3개 소장하고 있다. 마리아가 1근짜리 나드 옥합을 가지고 왔다는 것은 상당히 큰 것을 사 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문제는 이 단단한 옥합을 마리아가 깨뜨렸다는 부분이다. 그래서 나는 깨어진 옥합(broken alabaster)을 찾아 다녔으나 구할 수 없었고, 오히려 온전한 옥합을 구하여 그것을 깨어 보았다. 깨기 전에 미리 사진을 찍어 둔 후 120cm 높이에서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뜨렸으나 깨어지지 않았다. 세 번째 떨어졌을 때 옥합은 비로소 세로로 세 조각이 났고, 깨어진 그 옥합은 지금도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나는 깨어진 옥합을 보면서 마리아가 옥합을 깨뜨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창고 청소 중에 한 키부츠 헛간에서 구해 온 포도주병들을 보게 되었다. 모두 갈멜산 지코른 야코보 포도주 공장에서 만든 것들이었다. 중요한 것은 120년 된 도자기 병에는 코르크 마개가 막혀 있었고, 140년 된 병 2개에는 다른 재료의 뚜껑이 막혀 있었다. 이 다른 재료의 뚜껑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알아내기 위하여 여러 사람에게 자문을 구했으나 이미 한국에 귀국한 후라 아는 사람이 없었다. 하루는 청도이서교회 남전도회에 들고 가서 퀴즈 삼아 질문을 하였더니 답이 나왔다. 양봉협회 수석이사인 박홍규 장로님이 손톱으로 뚜껑을 살짝 긁더니 이거 밀()이네라고 말했다.

밀랍 뚜껑! 그렇구나. 나는 급히 서울 집으로 돌아 와 옥합을 깨뜨렸다는 부분의 헬라 원어를 다시 확인하고 주석들을 종합해 보았다. 성경에는 분명히 옥합을 깨뜨렸다고 나와 있었고, 주석들은 이구동성으로 옥합 자체보다 밀랍으로 만들어진 뚜껑을 깨뜨렸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마리아는 밀랍 뚜껑을 여는 외에 더 할 일이 없었고, 옥합 자체를 깨뜨리는 것은 바보가 할 일이라고 나와 있었다.

그래서 박물관에서는 예를 들어 이 부분을 해설하고 있다. 한국 남자들이 이발관에 들어 서면서 머리 잘라 주세요라고 말하지만 이발사는 머리카락을 자르듯이, 성경에 옥합을 깨뜨렸다고 나오지만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것을 옥합 뚜껑 깨뜨린 것으로 이해했다고. 그런 점에서 옥합을 깨뜨립시다또는 마리아는 돈이 생길 때마다 나드 향유를 사 모았다라고 말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더 중요한 것은 마가복음 14장 초반 핵심이 옥합 깨뜨린 것이 아니라 향유에 있다는 점이다. 유대인들은 이방인과 구별되기 위해서 장례에 향을 사용하지 않지만 왕이 죽으면 향을 썼다. 아사왕 시신은 향 재료를 가득 채운 상에 놓였고, 시드기야 왕에게도 분향되었다. 요세푸스는 헤롯 왕 장례식에서 향품이 사용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전쟁사 133-9). 니고데모는 침향을 사용했고, 세 여인도 향료를 가지고 예수님 무덤에 갔다. 마리아는 나드 향유를 예수님 머리에 부었고, 예수님은 그 행위를 보면서 복음이 전파되는 곳에는 이 여자가 행한(나를 왕으로 섬긴) 일도 말하여 그를 기억하리라고 칭찬하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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