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박이야기

3-4. 그리고 세계 80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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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이름을 세계기독교박물관으로 지은 이유는 세계 80여 나라를 다니면서 성경에 나오는 물건과 기독교 유물들을 수집했기 때문이다. 진열 방법도 원래는 국가별로 할 예정이었으나 전시회를 여러 번 하면서 주제별로 전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지금은 그렇게 하고 있다. 성경에 나오는 악기들은 악기 코너에 전시하고, 옷 종류는 의류 코너에 전시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코너가 도자기류, 동전, 도량형, 우상, 부적, 농기구, 광물, 식물, 홀로코스트, 회당, 안식일, 절기, 관습, 성탄, 십자가 등이다. 시대별로 전시를 해 달라는 관람객들도 더러 있으나 참고만 하고 있다.

 

박물관은 원래 유물 구입에 많은 돈이 들어가지만, 세계기독교박물관처럼 외국에서 물건을 수집해야 하는 경우에는 출장비가 더 들게 된다. 비행기 삯과 자동차 렌트비, 호텔비와 식비, 그리고 물건 운송비 등을 합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kotra에 근무하였으므로 이런 부대 비용을 거의 지출하지 않아도 되었다.

kotra는 외국 근무가 절반이나 되는 데다 해외 출장도 잦다. 나는 그 중에서도 출장을 많이 다녀야 하는 업무를 주로 맡았다. 국제박람회나 특수전시회는 현장이 모두 외국이기 때문에 그곳에 현지 무역관이 있다 하더라도 출장은 어쩔 수가 없다.

당시에 초등학교 다니던 우리 셋째 딸이 쓴 일기장을 퇴직 후에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었다.

아버지께서는 또 가방을 싸신다. 내일 출장을 가시는 모양이다. 그러면 또 집안이 쓸쓸해지겠지. 이번에는 빨리 돌아 오시면 좋겠다. 그러면 집안이 다시 시끌벅적해질 테니까.”

나는 직장인으로서 매사에 조심해야 했고, 사무실 업무는 남보다 더 잘 해 두어야 했다. 첫 해외 근무지 오만에서는 전체 무역관 중에서 연속 최상위권 성적을 기록하였고, 마지막 근무지 이스라엘에서도 최하위권에 머물던 성적을 상위권으로 끌어 올렸다. 폴란드 무역사무소에 근무할 때는 본부 데스크로부터 바르샤바 때문에 책이 제대로 나오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성경에 나오는 물건을 가장 많이 수집한 곳은 아무래도 이스라엘이다. 그렇다고 이스라엘에서 다 수집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예를들면 마리아가 예수님 머리에 부었다는 나드 는 히말라야산맥 3천 미터 이상 고지대에서 자라는 나드초 뿌리를 고아 만든 것이므로 인도 북부 지방으로 가야 구할 수 있었다. 천연 나드는 상업적으로 더 이상 수지가 맞지 않아 생산이 중단되었으므로 마지막 판에 구한 셈이다.

성전 난간과 수금 제작에 사용한 백단목은 뭄바이 호텔에서 우연히 만난 한 교포의 인도인 시아버지가 도와 주어 간신히 구할 수 있었다. 그는 수십 년 전부터 악기 제작 자재를 인도 정부로부터 입찰 방식으로 구매하여 유럽으로 수출하는 회사의 사장이었다.

 

박물관에는 중세시대에 예멘 서기관이 필사한 양피지 율법책이 전시되어 있다. 예멘은 성경에 스바(Sheba)라고 나오는 곳인데, 스바 여왕은 솔로몬을 방문한 적이 있다(왕상 10:1).

성경에 나오는 구스는 보통 이디오피아로 알려져 있지만 아가페 성경사전은 오늘날의 이디오피아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아가페성경사전편찬위원회, 서울: 아가페출판사, 2004. 148.)”라고 기록하고 있다. 구스는 함의 아들 구스가 살던 곳(10:6)으로 에스겔서에는 수에네 곧 구스 지경(29:10)”으로도 나온다. 수에네는 아스완을 말하므로 구스는 아스완에서부터 수단 북쪽지방을 포함하는 고대의 누비아왕국과 대체로 일치한다.

구스에게는 스바(Seba)라는 아들이 있었고, 또한 스바(Sheba)라는 손자도 있었다(10:7, 대상 1:9, 72:10). 한글 성경에는 모두 스바로 번역되어 있으나 원어는 다른데, 그 중 손자 스바(Sheba)가 홍해를 건너 예멘 지방으로 갔으므로 그곳을 스바라고 했다. 나중에 스바의 여왕은 솔로몬을 방문하였고(왕상 10:1, 대하 9:1), 그 후 스바(예멘)AD 350년에 악숨왕국(이디오피아)과 병합되었으므로 이디오피아를 스바에 포함하는 견해도 있다.

나는 구스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하여 1985년에 수단에 간 적이 있다. 공항에서부터 카르튬에 이르기까지 수단인들의 얼굴색은 너무나 검어서 내가 놀랄 정도였다. 그 후부터는 구스검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게 되었다.

 

박물관에는 이디오피아 기독교 자료들도 전시되어 있는데, 특히 큰 천 조각에 그려진 건국신화는 매우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말하자면 스바 여왕이 솔로몬을 방문하여 임신을 하였고, 그 아들이 솔로몬 왕조를 세웠다는 스토리이다.

이디오피아에서 물건들을 수집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 비행기 안에서 만난 유대인 쉴로모 장로의 공이 크다. 그는 17살 때 예루살렘 거리에서 찬양대 연습 소리를 듣고 그 곳으로 찾아 들어가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쉴로모 장로는 나에게 이디오피아에 도착하면 이 사람에게 도움을 받으라면서 전화번호를 하나 건네 주었고, 그렇게 만난 케테마 목사님은 꼬박 이틀이나 나를 안내해 주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목사님은 아프리카에서 소문난 부흥사였다. 나는 귀국 후 4년 동안 꾸준하게 선교비를 송금해 주었다.

네델란드 벼룩시장에서는 손에 새총을 들고 있는 다윗 동상 하나를 구했다. 크기는 작지만 물매를 설명하는데 매우 유익한 물건이다. 물매는 영어로 Sling인데, 새총도 동일하게 sling이어서 많은 서양인들이 새총으로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렸다고 말하는 증거물이다.

물매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물매는 내가 어릴 때부터 보고 싶었던 물건이고, 수집대상 명단에도 제1번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에 도착하여 1년을 다녀 본 결과 쉽게 구해질 물건이 아니라는 판단이 섰다. 조바심을 느낀 나머지 나는 옛 물건을 취급하는 시골 수집상에게 부탁했고, 그는 구해 보겠노라고 말했다.

그 후 나는 수시로 그에게 물매를 독촉하였고, 동시에 다른 방법으로도 애를 써 보았으나 전통 물매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드디어 3년이 지난 후 시골 상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양털로 짠 전통 물매를 구했으니 어서 오라는 것이었다. 그는 물매를 구하기 위해 이스라엘뿐 아니라 시나이반도와 요르단까지 갔지만 못 구하다가 오히려 자기 고향 헤브론에서 어른용 1개와 어린이용 1개를 구했다고 했다.

 

그렇게 하여 세계기독교박물관은 세계 80여 나라에서 수집한 성경 물건들을 소장하게 되었다. 동서로는 일본에서 영국까지, 남북으로는 노르웨이에서 남아공까지, 그리고 미국 앵커리지에서 브라질까지이다. 뉴질랜드와 호주 그리고 피지는 어디에 넣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유럽에서는 골동품점과 벼룩시장이 발달되어 있어서 수집이 다소 용이하였으나 때로는 옥션에도 참여하였다. 그리고 시골 동네의 갈라 축제까지 뒤지면서 다녔다. 휴가 기간에는 여행비를 절약하기 위해 기차를 많이 이용하였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렌트카로 기동력을 얻었다. 그리고 호텔보다는 캠핑장을 이용한 적이 많다. 프랑스에서는 캠핑장을 찾다가 고생한 적이 있지만, 그 때에도 한 부부가 친절하게 캠핑장까지 데려다 주었다. 런던에서는 차박을 한 적도 있다.

성경에 나오는 물건은 매우 다양하여 수집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사진을 찍거나 관련 자료라도 수집해야 했다. 유대인의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의 관습 관련 물건들이 여기에 속한다. 다행히 세계 여러 곳에 유대인 커뮤니티들이 있어서 그들의 도움으로 수 많은 물건들을 수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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