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절기 관습

부림절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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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식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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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아쌴.JPG 
부림절 회당에서는 에스더서를 읽는다. 이때 하만이라는 이름이 나오면 회중은 그를 야유하기
위하여(또는 그의 나쁜 이름을 듣지 않기 위하여) 라아샨이라는 딱따기를 돌리거나 발을 굴려
시끄러운 소리를 낸다.  (사진은 박물관이 소장한 대형 라아샨)


<세계기독교박물관 자료> 부림절은 우리가 아는대로 에스더와 모르드개가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로 유대 민족을 하만의 손아귀에서 구해 낸 날이며, 따라서 유대인에게는 큰 축제의 날이 된다. 부림절은
유대력으로 아달월 14~15일이므로 양력으로는 대체로 3월 20일 전후이다.

부림절을 하루 앞두고 텔아비브에서 가장 크다는 디젠고프백화점에 가 보았다. 절기 쇼핑을 하기 위해 나온 부모와 아이들로 백화점은 몹시 붐볐다. 남자 아이들은 주로 가면이나 장난감 총을 사는 모습이었고, 여자 아이들은 날개 달린 옷이나 공주머리띠 같은 것을 사고 있었다.  하얀 에스더 드레스 역시 여자 아이들에게는 가장 인기있는 의상으로 꼽혔다.

이방인의 모습으로 나타난 필자도 붐비는 이들 틈에 끼어 다니다 보니 어느새 유대인들과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라아쌴’을 하나 사 들고 있었던 것이다. 
라아쌴은 부림절에만 사용하는 기구로서, 유대인들이 회당에서 에스더서를 읽다가 '하만'이라는 악인의 이름이 나오면 손으로 마구 돌려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도구이다. 유대 민족의 원흉 하만을 야유하는 의미가 있지만, 동시에 그 더러운 이름은 듣기도 싫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부림절이 다가오면 유대인들은 몇일 전부터 '하만의 귀(하만 오즈네이)'라는 세모난 쿠키를 먹는다. 이것은 죄인의 귀를 자르던 풍습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하만 오즈네이는 속에 초코렛이나 향료 씨앗을 넣어 송편처럼 만든 것인데, 이것을 먹을 때는 하만의 귀를 물어뜯는 기분으로 먹어야 한다. 

하만 오즈네이는 하만의 교만한 모자와 뇌물지갑이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쿠키속에 든 향료 씨앗은 유대인의 끊임없는 생존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한다.


오후에는 정통 유대인들이 모여 사는 브네이바락(브네브락)이라는 성서 도시에 가 보았다.  거기서 100미터를 걷는 동안 깡통을 들고 구제금을 모금하는 사람을 10명 이상이나 만났다.  많은 사람들이 1세겔 내외를 넣고는 종종걸음으로 사라졌다.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300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특별한 직업없이 정부 연금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 지역에서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잠시후 대형 스피커에서 경쾌한 음악이 흘러 나오더니 대여섯명의 청년들이 춤을 추면서 전단지를 나눠 주고 갔다. 주위 사람들에게 이게 뭐냐고 물어 보았더니 '부림절을 앞두고,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구제에 동참하자는 캠페인'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서점이나 기념품점 할것없이 오늘은 에스더서 두루마리를 수북하게 내어 놓고 팔았다. 그리고 부림절에 사용하는 촛대를 파는 곳도 평소보다 더 많아 보였다.


도대체 에스더가 어느 시대 사람인데, 유대인들은 수 천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아달월 13일이 되면 마치 내일 민족이 말살되는 것처럼 저렇게도 슬퍼하며 금식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다음날이면 역사가 뒤바뀐 환희의 그날을 생각하면서 어쩌면 저렇게도 기뻐할 수 있는 것일까? 

유대 민족은 하만의 간교에서 해방된 아달월 14일, 참으로 대단한 축제를 연다. 홀론에서는 대대적인 가장행렬이 열리고, 학교나 유치원에서는 학부모까지 동원되어 여러 가지 행사를 가진다. 
일반인들은 회당에 모여 에스더서를 읽거나, 집에서 먹고 마시며 축제를 즐긴다. 심지어 회당에서도 입구에 독주를 내어놓고 마시기를 권유한다. 이 날에는 독주나 포도주를 마시되 어느 쪽이 오른손인지, 어느쪽이 왼손인지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마셔도 전혀 흉이 되지 않는다. 

부림절에 유치원이나 길거리에서 가장행렬을 하는 것은 단순한 기쁨의 표현이 아니라, 사실은 내가 유대인인 것을 숨기려는 속뜻이 담겨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변장을 하고 하루 종일 성대한 가장행렬에 참여하지만, 속으로는 울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회당에서도 아들을 달래는 부모의 심정으로 독주를 권하겠는가? 지금도 일주일이 멀다 하고 터지는 테러 공포 속에서, 유대인들은 올해에도 부림절을 맞이하고 있다. 


- 참고 : ‘푸림’이라는 말은 ‘푸르’(제비)의 복수어(에스더 9:26)로서 하만이 유대인 학살할 날을 제비 뽑은 데서 유래한다. <출처 www.segibak.or.kr 유대 절기와 관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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