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식관장칼럼

유대인, 그들에겐 정은 정이고 돈은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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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식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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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비즈니스 문화코드를 찾아서 - 이스라엘> 편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과 비즈니스를 할 때는 정과 돈을 잘 구분하여야 한다. 유대인을 욕하는 한국 비즈니스맨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 보면, 십중팔구 그들은 정과 돈을 구별하지 않고, 정값을 물건값에서 마이너스 시켜 두고 있다.
유대인에게 있어서 정은 정이고, 돈은 돈인 줄 알았다면 좀 더 냉정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아브라함이 해질 무렵 길가는 나그네를 강권하여 자기 텐트에 불러들이고 융숭한 대접을 해 주었다(창세기 18장). 이것은 유대인의 정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요사이도 이스라엘 가정에 초대받아 가 보면, 물가가 엄청나게 비싼 데도 불구하고 음식이 그렇게 푸짐할 수가 없다. 결혼식에서도 축하객 수가 기본으로 수백명이고, 음식은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다.
초대를 받은 하객들도 정성을 들이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보통 300-500세겔의 축의금을 내 놓는다.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8만원~14만원에 해당한다. 그야말로 오가는 정이 풍성한 것이다.

이에 비해 가룟유다는 자기 선생을 팔아서라도 돈을 만들려고 했다. 다른 민족에게서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하물며 이방인인 한국인들에게 바가지 씌우는 것쯤은 눈도 끔쩍 않는다. 유대인과 거래할 때는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돈 잃고 바보되기 십상이다. 텔아비브에 있는 카멜 재래시장에서 채소를 산 후 동전을 거슬러 받을 때는 끝까지 손바닥을 지켜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지막 동전은 놓는 척 하다가 도로 가져가는 사람들이다.

주재원들끼리 모여 저녁 식사를 하다 보면 별의별 실패담이 나온다. 살고 있는 집을 응급수리한 후 집 주인에게 수리비를 청구했더니 "나는 집을 고쳐달라고 한 적이 없는데 ...... "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설득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유대인과 거래할 때는 두 가지 비법이 있다. 하나는 칼자루를 쥐고 있을 때 최대한 흔들어라는 것이다. 수출할 때는 가격을 올려 보고, 구매할 때는 기절할 정도로 깎아 보라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서 칼자루가 상대방에게로 옮겨지게 되는데, 이 때는 상황이 반전된다. 집을 응급 수리한 사람은 이미 돈을 지불한 상태이므로 칼자루를 쥐지 않은 상태이다. 칼자루를 쥔 집 주인이 돈을 줄 리가 없는 것이다.

또 하나의 비법은 한 번 더 찔러 보라는 것이다. 최후의 협상을 끝낸 상태에서도 서명 직전에 한 번 더 엄살을 떨면 새로운 흥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심지어 병원비도 깎아 주니까 말이다.
이 두 번째 비법은 첫 번째 비법과 매우 모순적이다. 따라서 외국인들은 이 두 번째 비법이 아예 생각나지도 않는다고 호소한다. 그러나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이 팔레스타인에서 살아갈 수 있는 지혜이다.

세계적인 품질만을 고집하는 한국의 B업체는 유럽 박람회에서 만난 같은 업종의 생산업체에게 2만불 상당의 자재를 외상으로 공급해 주었다. 그중 일부는 규격이 맞지 않는다고 하여 재선적까지 해 주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바이어는 이 물건으로 장사하다가 규격과 품질이 맞지 않아 오히려 거래선을 잃게 되었다는 명목으로 28만불의 손해 배상을 청구하였다. 무역관장으로서 한국 기업을 도와 주는 과정에서 알게 된 일이다.
하도 답답하여 한국 기업에게 왜 외상을 주었느냐고 물어 보았더니, 제3국에서 반갑게 만난 같은 업종의 생산업체가 자재를 좀 공급해 달라는데 어떻게 거절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 반가움 또는 정이 한국 기업을 잘못 작동하게 만든 것이다.
  
L사는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로 끝내고, 정은 정대로 비즈니스에 활용하여 성공한 케이스이다.
즉, L사는 몇 년 전부터 자기 물건을 취급하는 딜러들을 한꺼번에 한국에 초청하여 생산공장을 견학시키고, 한국관광도 시켜 줌으로써 한국에 대한 정을 느끼게 해 주었다. 딜러들도 서로 친해질 수 있어서 아주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만족해 하였다.
L사가 만약 독일 딜러들을 이렇게 초청했다면, 그 효과는 이스라엘 딜러들을 초청했을 때보다 분명히 낮았을 것이다.
< 출처 : 세계기독교박물관 www.segibak.or.kr 김종식 장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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