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자산(赭山)'이라는 단어가 9번 나온다(사 13:2, 41:18, 49:9, 렘 3:2, 3:21, 4:11, 7:29, 12:12, 14:6). 그러나 워낙 어려운 단어이므로 그 의미를 알고 읽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 너희는 자산 위에 기호를 세우고 소리를 높여 그들을 부르며 [사 13:2]
- 네 눈을 들어 자산을 보라. 너의 행음치 아니한 곳이 어디 있느냐 [렘 3:2]

자산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 보니 ‘재산(財産)’으로 설명되어 있을 뿐 우리가 알고자 하는 의미는 나오지 않았다.

한글 성경이 중국어 성경을 기초로 번역되었으므로, 중국어 성경은 어떻게 번역되었는지 확인해 보았다. '정광적고처(净光的高处)‘, 이 말은 새로운 한글 번역본들이 말하는 민둥산, 헐벗은 산, 벗은 산, 벌거숭이산, 벗어진 산 등과 통하는 단어여서 일단 안심이 되었다.

히브리 원어를 가장 충실하게 반영했다는 허성갑 목사의 ‘히브리어 직역 성경’은 자산을 벌거숭이가 된 산, 헐벗은 곳, 헐벗은 산, 헐벗은 언덕 등으로 번역하고 있다.
그리고 영어 성경들은 bare hilltop, bare mountain으로 번역하고 있는데, 이상을 종합해 보면 자산은 '벌거숭이산’임을 알게 된다.

자산의 히브리 원어는 ‘솨파임’이고, 복수형은 ‘솨파’이다. ‘벌거벗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므로 우리 말 ‘벌거숭이산’과도 어울리는 단어이다.

그런데 한글 성경은 왜 '솨파임' 또는 '정광적고처(净光的高处)‘라는 단어를 자산이라는 어려운 단어로 번역하였을까?
오래된 번역본들을 꺼내어 찾아 보니 자산이 붉은흙 자(赭), 뫼 산(山)이라는 단어로 적혀 있었다. 아마도 한국의 벌거숭이 산들이 붉기 때문에 이러한 단어가 채용된 것 같다.

그러고 보면 팔레스타인에도 대지가 붉은 곳이 있기는 있다. 에일랏 부근의 네게브사막 일부 지방은 암석에 구리 성분이 많아 민둥산들이 붉게 보인다. 이집트 국경지대에 있는 레드 캐년(Red Canton)은 지명 자체가 아예 '붉은 계곡'이다.

성경에 9번 나오는 이 단어가 이사야서와 예레미야서에 몰려 있다는 점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사야서가 기록된 때는 '마치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듯이 급변하였으며, 그 와중에서 이스라엘의 남.북왕국은 엄청난 시련을 겪어야 했던' 시기이다(칼라 라이프성경, 기독지혜사, 이사야 서론 중에서).
그리고 예레미야가 선지자로 활약하던 때도 '유다 왕국 역사상 가장 암울했던 시대'였다(칼라 라이프성경, 예레미야 서론 중에서).

역사적으로 국가 경제가 어렵고 사회가 혼란해지는 시기에는 대체로 삼림이 피폐해졌다. 일제강압기와 한국전쟁을 거친 한국이 그러했고, 유대인들이 이천 년 동안 세계를 방랑하는 동안에도 팔레스타인 삼림은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

이스라엘이 역사적으로 어려웠던 시기에 기록된 다음의 성경 구절들은 황폐해진 산이 얼마나 무서운 지를 우리에게 알려 주고 있다.  

- 소리가 자산 위에서 들리니 곧 이스라엘 자손의 애곡하며 간구하는 것이라 [렘 3:21]
- 예루살렘아 너의 머리털을 베어 버리고 자산 위에서 호곡할찌어다 [렘 7:29]
- 훼멸하는 자들이 광야 모든 자산 위에 이르렀고 여호와의 칼이 땅 이 끝에서 저 끝까지 삼키니 [렘 12:12]
- 들 나귀들은 자산 위에 서서 시랑같이 헐떡이며 풀이 없으므로 눈이 아득하여 하는도다 [렘 14:6]

이사야서는 이런 무서운 자산이 없어지는 것을 하나님의 축복으로 보았다.

- 내가 자산에 강을 열며 골짜기 가운데 샘이 나게 하며 광야로 못이 되게 하며 [사 41:18]
- 은혜의 때에 내가 네게 응답하였고 ...... 자산에도 그들의 풀밭이 있을 것인즉 [사 49:8-9]

이스라엘 백성들은 일찌감치 자산의 무서움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이천 년 방랑생활을 끝내고 팔레스타인으로 들어 오자마자 나무부터 심기 시작했다.
해마다 그들은 시밧월 1일(종파에 따라서는 15일)을 나무심는 날로 정하고 투 브세바트 즉 '나무들의 새해'라는 절기를 지키고 있다. 덕분에 팔레스타인에는 숲이 크게 늘어났으며, 점차 성서시대의 모습을 회복해 가고 있다.

그러고 보면 벌거숭이산이 자산으로 번역된 것이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벌거숭이산이 문제인 것 같다. 요즈음 한국에서는 마음의 병에서 비롯된 우울증, 자살, 이혼 등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자녀들의 마음에 나무를 심어 줄 사람은 아무래도 부모이다. 가정예배를 통한 자녀교육 회복이 기다려지는 주일 아침이다.  
< 출처 : 세계기독교박물관 www.segibak.or.kr 기독교자료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