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국제로타리클럽에서 '한국 경제 이야기를 좀 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내 이야기가 끝나자 한 사람이 "유대인과 이스라엘을 개인적으로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을 했다. 내가 "한 마디로 돈을 잘 버는 민족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하자 그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이어서 "책에서 별로 좋지 않은 이미지로도 배웠는데, 이스라엘에 와서 보니 그런 표현들이 잘 못된 것임을 알게 되었다"라고 말하자 청중들은 다소 숙연하면서도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사실, 이스라엘에서 3년 반을 살면서 '수전노, 구두쇠, 고리대금업자, 유태 상술' 등으로 치부된 우리의 상식이 상당 부분 왜곡되어 있음을 느꼈다.
일례로 결혼식에서 그들은 한국인들 보다 더 많은 액수를 축의금으로 내었다. 친인척이 아닌데도 두 부부가 피로연에 오면서 보통 300세겔을 내었고, 많이 내는 사람은 500세겔을 내기도 했다. 한국 돈으로 8만원 또는 14만원에 상당하는 금액이다.

가정에 초대받아 갔을 때나, 결혼 피로연에 나오는 음식들도 매우 푸짐하였다. 물가가 비싼 나라에서 돈을 너무 헤프게 쓴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음식이 나왔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딱한 사정을 들어본 후 병원비를 깎아 주기도 하고, 가정 형편이 어려운 사람도 구제금 내는 일에 참여한다는 사실이었다.

유대인에 대한 그릇된 인식은 대체로 우리가 배워 온 유럽인들의 유대인관에 기인된 것 같다. 디킨즈의 소설에 나오는 구두쇠 영감 스쿠루지, 세익스피어의 베니스 상인에 나오는 샤일록이 대표적이다.

유럽의 유대인 박해 배경은 뜻밖에도 기독교도들에 의해 조장되었다. 그들의 눈에 비친 유대인들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은 자들, 기독교로 개종하지 않는 자들, 살아 남기 위해 돈을 긁어 모으는 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마르틴 루터마저도 '유대인들의 거짓말'이라는 책에서 "회당을 불지르고, 유대인들의 집을 파괴하라. 유대인들의 기도서와 탈무드를 압수하라"고 선동할 정도였다. 히틀러는 이러한 사회적 배경에 힘입어 유대인 대학살을 자행하였으며, 프랑스와 영국의 반유대주의자들로부터 적극적인 호응까지 받았다.

물론 나쁜 유대인들도 더러 있다. 돈에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이웃을 괴롭히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은 비단 유대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민족이 공통으로 앓고 있는 문제이다.
상사 주재원들이 한 자리에 모이면 종종 그 나라에서 겪은 수모나 억울함 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는데, 다른 나라에서보다 조금 더 심한 이야기들을 들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동시에 다른 나라에서 들을 수 없는 좋은 이야기들도 들었다. 아마 유대인들의 다혈질적인 민족성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에서 현재 사용되고 있는 화폐는 세겔이다. 1세겔은 230원 정도의 가치가 있고, 유대인의 평균 임금은 8천세겔이므로 우리나라 돈으로 185만원 정도 된다.
성서시대에는 은 1세겔이 4일 품삯이었고, 금 1세겔은 60일 품삯에 해당되었는데, 세겔은 '무게를 재다(to weigh)'에서 유래되었다. 당시에는 금이나 은의 가치를 무게로 달아 평가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 히브리어 '미슈칼'은 체중을 말하는데, 세겔과 같은 어근을 가지고  있고, '깊이있는 생각(consideration)'을 뜻하는 '쉬쿨'도 '무게있다'에서 파생된 말이다.
< 출처 : 세계기독교박물관 www.segibak.or.kr 김종식 장로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