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w.segibak.or.kr 김종식 관장 칼럼)  대사 관저나 호텔 오만찬 행사에서는 원형 식탁이 흔히 사용된다. 좌석에 앉으면 가슴 앞에 앞접시가 있고, 앞접시 양쪽으로 포크와 나이프가 있으므로 마음이 든든하다. 그러나 잠시후 목이라도 축이려면 좌우에 놓인 물컵 중 어느 쪽 것이 내 것인지 여간 헛갈리는 게 아니다.
잠시 후에 웨이터가 가져다 주는 빵을 먹을 때에도 어느 것이 내 빵인지 헛갈리기는 마찬가지이다. 원형 테이블은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간격이 좁아지므로 그런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이다.
이 때 필요한 단어가 바로 ‘좌빵우물’이다. 좌측 빵이 내 것이고, 우측 물컵이 내 것이라는 의미이다. 외교관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이런 것을 알고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서양식 식탁은 어차피 한국인에게 낯선 문화이기 때문이다.
까다로운 테이블 메너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자면 끝도 없다. 그리고 한국인이라면 이제 그 정도는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울산에서 근무하면서 참으로 이상한 바다 물고기들을 보았다. 눈이 한 쪽에만 있는 광어와 도다리 이야기이다. 내륙에서 태어난 나는 기껏해야 칼치, 멸치, 꽁치 정도만 알 뿐인데 그 고기들이 너무나 신기했다. 그리고 어느 것이 광어인지, 어느 것이 도다리인지 알아내는 울산 사람들은 그 고기들보다 더 신기해 보였다.
오래 전 이야기이지만, 처음으로 포니2를 장만했을 때 부모님을 모시고 근사한 해운대 식당에 간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내가 자신만만하게 주문한 아나고 회를 맛보시더니 좀 부드러운 회는 없느냐고 물으셨다. 그때 나는 매우 매우 곤란했었다. 왜냐하면, 아버지나 나나 바다 고기라고는 아는 바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옆에 앉아 계시던 어머니나 처도 그점에서는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횟집에 가도 별로 겁이 나지 않는다. 모듬회라는 아주 중요한 매뉴를 내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나름대로 ‘좌광우도’라는 편리한 사자성어도 만들어 머릿속에 꼬깃고깃 넣어 두었다. 좌측에 눈이 있는 놈은 광어이고, 우측에 눈이 있는 놈은 도다리라는 뜻이다.
그런데, 더 간단하게 광어와 도다리를 구별하는 방법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광어’는 글자가 두 자이므로 역시 두 자에 해당하는 ‘왼쪽’에 눈이 있고, ‘도다리’는 글자가 세 자이므로 역시 글자 수가 세 자리인 ‘오른쪽’에 눈이 있다는 것이다. 오, 이 신기한 이치! 그리하여 ‘좌광우도’라는 나만의 어려운 사자성어는 이제 폐기처분 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 www.segibak.or.kr  김종식 관장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