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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들은 부정한 음식을 배척하고 정결음식을 고집한다. 그들이 먹는 정결 음식을 흔히 ‘코셔’라 하는데, 이는 히브리어 ‘카셔’의 영어식 발음이다.
이 정결 식사법이 유대인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그들로 하여금 늘상 유대인임을 자각하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2천년 이상의 유랑생활 가운데서도 종족을 보존시키는 대들보 역할을 해 주었던 것이다.

 “유대인들이 지키는 코셔 식사법은 레위기에 나오는 정결한 동물과 부정한 동물의 목록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이 율법이 어떤 원리에 따라 정해졌는지는 알 수 없다. 성경은 왜 발굽이 갈라져 있으면서 되새김질을 하는 짐승만 코셔인지에 대해 설명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는 그저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찌어다’라고만 말씀하셨다(‘유대인은 왜?’ 4-1편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통파와 보수파 유대인들은 지금까지도 정결 식사법을 잘 지키고 있다. 다만, 개혁파 유대인들은 이보다 훨씬 개방적이다. 그러나 개혁파 유대인들마저도 돼지고기에 관한한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사람이 절대다수이다.

돼지는 워낙 불결한 데다 모양도 볼 품이 없어서 유대인뿐만 아니라, 유대교의 영향을 받은 이슬람교에서도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이에 비해 기독교에서는 “먹고 마시는 것과 절기나 월삭이나 안식일을 인하여 누구든지 너희를 폄론하지 못하게 하라(골 2:16)”는 성경에 따라 돼지고기를 기피하지 않는다. 일례로 전통적 기독교 국가인 독일에서는 돼지 족발 요리가 유명한 전통음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스페인에서도 상점에 주렁주렁 매달린 돼지 뒷다리 훈제 ‘하몽’을 쉽게 볼 수 있다.
고대 로마인들도 돼지고기는 쉰 가지 맛을 지녔다 하여 중국인들과 함께 최고의 음식으로 꼽았다. 이 두 나라에서는 지금도 돼지고기를 중요한 요리 재료로 사용한다.

성경에는 돼지라는 단어가 21번 나온다. 부정한 동물을 설명하는 내용에 2번, 군대 귀신이 쫓겨나는 장면에 9번 나온다. 그리고 탕자 비유에 2번, 기타 더러운 것 등으로 8번 나온다. 신구약별로는 구약에 8번, 신약에 13번 나오는데 모두 부정적인 이미지로 그려져 있다.
 

예수를 알아 본 군대 귀신은 돼지떼에게로 들어 가, 이천여 마리의 돼지떼를 바다로 내리달아 몰사하게 만들었다(막 5:13). 예수께서 말씀하신 한 탕자의 비유에서도 탕자는 돼지떼 주인에게 고용되어 있었다(눅 15:15).
그러면 유대인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으면서 왜 돼지를 쳤을까? 그 답은 당시의 역사를 살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즉, 예수님 당시는 팔레스타인이 로마의 지배하에 있었으므로, 로마인에게 돼지를 팔 길이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돼지떼의 주인이 비유대인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대 로마에서는 돼지고기가 음식 재료로 뿐만 아니라 그리스에서처럼 ‘풍요를 비는 제사’의 제물로도 사용되었다. 우리가 아는 대로 바벨론에서 귀환한 유대인들이 성전 재건을 마치고 안정을 되찾자, 팔레스타인에는 곧 헬레니즘 문화가 밀어닥쳤다. 예루살렘 성전에는 제우스 신상이 세워졌고, 그 앞에는 돼지고기가 진열되어졌다. 유대인들은 이 우상과 부정한 고기 앞에 절할 것을 강요당하기도 하였다.
극도로 흥분한 유대인들은 의분이 일어났고, 유다 마카비를 중심으로 한 반란군은 마침내 성전을 탈환하고 메노라에 다시 등불을 밝힐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하누카 축제’의 배경이다. 

우리 가족은 1985년 이집트에 살면서, 2차례에 걸쳐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다녀 온 적이 있다. 한국인 가이드에게, 이스라엘에 돼지고기를 파는 곳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했다.
그후 2001년 이스라엘에 부임하였으나, 그때까지도 이스라엘에는 돼지고기를 파는 곳이 없었다. 그러나, 러시아계 유대인 이민이 늘어나자 2003년 텔아비브 카멜 재래시장에 돼지고기 가게가 하나 생겼고, 이어 텔아비브 북부 소도시에서도 돼지고기를 팔기 시작했다. 추운 곳에 살던 러시아인들이 열량 높은 돼지고기에 길들여져 식성을 버리지 못하는 듯했다.

우리 가족은 2004년 귀국할 때까지, 예루살렘에 있는 한인교회에 다니면서 예루살렘 교인들의 돼지고기 심부름을 종종 해야만 했다. 그러나 지금은 예루살렘에도 돼지고기를 파는 곳이 생겼다 하니 격세지감이 든다.
< 출처 : 세계기독교박물관 www.segibak.or.kr 성서동물 >